우리나라의 2024년 출산율은 5월까지 집계한 통계가 0.76으로 조사되고 있다는 자료를 보았습니다. 어느 누군가는 결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출산율이 낮은 것이지 요즘도 결혼한 가정에서의 출산율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고 말합니다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30세 이전에 결혼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결혼하는 사람 반 안 하는 사람 반이 될 정도입니다. 이에 대해서 사실 크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었고 단지 과거보다 사회에 진출하는 나이가 늦춰졌기 때문에 경제적 조건을 갖추는 시간도 덩달아 미뤄졌기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돈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요즘 젊은 사람들은 왜 결혼을 하지 않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미혼 남녀에게 왜 결혼하지 않느냐는 설문을 할 때면 항상 1위를 차지하는 것이 돈이 없어서 라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에 돈이 가장 많은 시기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상황에 돈 말고도 또 어떤 이유가 있는지 필자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서술해 볼까 합니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 콘텐츠와 기만적 콘텐츠
우리는 자연스럽게 매스컴에서 결혼이라는 것을 접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오은영 의사가 출연하는 TV프로그램들에서 육아에 고충을 겪고 있는 가족, 결혼생활에 갈등이 있는 부부 등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등장하는 대상들은 극단적이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으로서 만들 수 있었던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결혼생활, 육아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불행의 최고점을 미리 보는 기분이 듭니다. 이미 결혼을 하거나 아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 내 가족정도라면 축복받은 것이구나', '배우자에게 참 고맙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작은 행복들이 어쩌면 결혼으로 인해 깨어질 수도 있겠구나 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들게 합니다. 동시에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소위 잘 나갔던 연예인들의 결혼생활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누가 봐도 고가의 주택에 살고 있으며 창밖에는 한강이 보인다거나 집이 족히 100평은 넘어 보입니다. 쉽게 말해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부자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시청자를 기만합니다. 없는 척을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365일 24시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지만 분유값을 걱정하는 척, 교육비를 걱정하는 척을 하는 모습을 TV에서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연예인들에게는 서민적 이미지가 인기를 끄는 데에 있어 좋은 영향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 이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렇게 돈이 많은 사람도 결혼생활을 풍요롭지 못하게 하네?', '그럼 나는 더더욱 어렵겠네?'라고 말입니다. 불행의 최고점과 부자가 아니면 결혼생활이 어렵다는 생각이 시너지를 일으켜 결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변모하는 것입니다. 방송가의 사람들과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영향이 작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지만 먹어보지 못한 맛이다. 결혼 또한 그러하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서 결혼과 출산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의 일류 셰프의 음식입니다. 상당히 비싸면서 절대 맛있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무슨 맛인지는 모르는 것이죠. 주변 어른들은 결혼을 하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그 행복의 수준이 혼자 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씀들 하십니다. 우리도 압니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내 편이 생긴다는 것, 나보다 소중한 존재가 생긴다는 것에서 오는 행복이 클 거라는 것을요. 하지만 동시에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모릅니다. 이렇게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지금 내 앞에 있는 확실한 작은 행복을 포기하기가 싫습니다. 호텔 뷔페보다는 라면, 떡볶이, 삼겹살이 훨씬 가슴에 와닿습니다. 결혼, 출산 또한 그러합니다.
한국특유의 오지랖 문화, 눈치 보는 문화
한국은 특별하게 남의 눈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기조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모습이 어떻게 보여질까에 대해 의식하는 정도가 심합니다. 자동차를 말할 때 하차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고 특정 스포츠를 즐길 때에도 실력에 맞는 가격대의 장비들이 존재하며 이를 어기면 욕먹기 일쑤입니다. 이런 사소한 취미생활에서 조차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남에게 입을 대는 문화는 청년들이 결혼을 선택할 때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가 결혼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그에게 쏟아질 주위사람들의 질문세례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예측이 가능합니다. '집은 어디에 샀어?', '전세야? 매매야?' '혹시 월세야?'부터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 '웨딩촬영은 어디 가서 해?', '스튜디오는 어디야?', '결혼식장은 어디서 해?' 등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것을 질문하는 것 자체도 눈치 보는 문화 때문에 압박이 되지만 어느 정도 수준 이하의 것을 한다고 여겨지면 못 물어볼 것을 물어본 사람처럼 미안해하거나 혹은 깔보는 반응까지도 예상됩니다. 이런 것들을 신경 쓰이게 하는 문화, 그것을 신경 쓰는 문화에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내 수준에 결혼을 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입니다.
국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다.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한국인의 특징 중 하나는 국가가 어려울 때 국민이 나선다는 것입니다. 금 모으기 운동을 비롯해 태안기름유출사고 복구, 코로나사태 봉사활동 등 국가에 위기가 닥쳤을 때 누가 먼 저랄 것 없이 발 벗고 나서는 것이 한국인의 특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이런 모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정치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정말 여러 가지 예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갈라 치기를 이용한 제자리 지키기라고 생각이 됩니다. 지역감정을 부추겼고, 이것이 고착화되자 세대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이마저도 모자라 성별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자세한 예시는 글이 너무 길어질 것을 우려해 생략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며 서로 간의 혐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혐오에 동조해 결혼을 기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나아가 이런 분위기의 국가에서 미래의 내 아이를 행복하게 기를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